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도전과 대응


김계환



Ⅰ. 공급망 재편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시대


세계화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특징 중 하나인 글로벌 공급망이 근본적인 구조 변화기에 진입했다. 1990년대와 2000연대가 글로벌 공급망의 확장기였다면 2008년 세계 금융 및 경제 위기 이후 이후 정체 및 재편기가 시작되어 미국 트럼프 집권과 함께 본격화하고, 코로나 19 위기로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첨단 기술과 부품은 물론 에너지, 식량 등 모든 부문으로 확산되었고,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경향 가속화하고 있다. 

공급망의 글로벌화를 촉진했던 구조적 요인들이 소진되면서 공급망의 글로벌화가 정체기에 접어든 것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여기에 더하여 주요 선진국에서 공급망의 취약성을 국가 및 경제 안보의 문제로 보고, 공급망의 리질리언스를 강화하는 산업 통상 정책이 부활하면서, 정체를 넘어 새로운 구조로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공급망에 대한 선진국, 특히 미국의 접근 변화의 이면에는 전략적 경쟁이라는 미-중간 관계의 변화가 있다. 공급망 재편의 가장 큰 동력인 미-중 전략적 경쟁은 국제경제관계와 경제정책의 새로운 시대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여(Engagement) 정책에서 전략적 경쟁 정책으로의 이행은 경제와 안보의 융합, 경제정책의 재정렬을 초래하는 대전환이다. 첨단기술/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산업 강국간 경쟁이 국제무역체제의 특징을, 경제와 안보의 결합이 국가 산업 전략과 경제정책의 특징을 규정한다. 이제 국가 및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기업의 비용 및 효율성 목적의 무역, 투자 결정이 평가되고 조율되는 시대에, 기업도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국가의 정책도 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및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새롭게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있다.